마음의 변증법

 

이관훈(큐레이터,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미술 영역에서 작가들의 창작 모티브는 서로 다르며,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이 어떤 영감을 받는 가에 따라 창작의 양상이 달라진다. 양정욱은 그 모티브를 ‘감정’에서 가져온다. 세상을 살아가며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여러 감정들, 즉 기뻐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즐기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내는 칠정七情(喜怒哀樂愛惡慾)을 작가는 자신의 창작 프레임에서 풀어헤치며 언어를 엮어나간다. 양정욱은 지구가 자전하는 원리의 방식을 응용하듯, 꼬였다 풀리며 반복되는 운명의 사슬을 아이디어로 캐치하여 종이 위에 펼쳐놓는다. 드로잉에 쓰여 진 낱개의 이미지들은 미세한 신경세포의 조직과도 같은 개체 언어를 함축하며, 그 언어들을 엮어 문장을 만들 듯 조립하여 작가가 고안해 놓은 섬세하고 다양한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

 

그 원리는 생물학적인 의미로서 복잡한 유기적 형태와 유사하다. 형태의 구조를 이루는 주된 재료는 나무다. 작가가 생각하는 들숨과 날숨, 우연과 필연이라는 나무와 사람의 공통적인 속성이 창작의 모티브인 ‘감정’과 연결된다. 그러하듯 그는 어떤 사건들과 접한 상황에 따른 감정의 소실점이 나무로 된 선의 형태들에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빛에 의해 타인들의 시선을 유도한다. 또한, 스스로의 직관에 의해 만들어진 수평과 수직이 공유하는 원형의 공간에서 내부언어를 형성하고, 수없이 많은 시선과 마주치며 주체(작가)와 객체(타자)가 하나 된 세상을 꿈꾼다.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 두 개의 기류가 흐른다. 지금의 순간에도 끊임없이 생각하는 언어의 ‘생성’과 이에 따른 개인의 무의식에 사로잡힌 ‘희생’이다. 여기서 희생은 본능적으로 강박을 낳고, 강박이 쌓여지면 생성모드로 전환된다.   

 

그는 일상의 풍경에서 계속 야기되는 사소하고 별거 아닌 것들에 의미를 찾고 직관으로 분석한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세우고, 무너뜨리고, 다시 일으키는, 과정들을 반복하며 어떤 문제의 상황을 긍정의 힘으로 되찾는다. 사소한 것이 쌓여 결국 사회적 모순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자연의 이치에 다름 아님을, 사물에 실어 증명한다. 이러한 태도는 양정욱의 작품 제목에도 드러난다. ‘허약한 부지런함 나는 빛이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항상 같은 소리를 일곱 번 한다’, ‘내 방은 없다’, ‘조는 사람도 깨달음이 있다’, ‘고난의 희망이라고 속삭인다’, ‘두 사람이 다투는 몇 가지 이유’, ‘우리들의 주말을 거북이만 모른다’, … , 등등 그의 삶의 에피소드에서 벌어진, 다소 생뚱맞은 휴머니티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 이러한 성향은 단순한 논리지만 머리로 생각할 수 없고 마음으로 재미있어하는 부분만을 고집하는 그만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양정욱의 창작은 시각적으로 기계적인 구조형식을 취하지만 내부언어는 다분히 휴먼적인 리얼리티가 강한 스토리텔링으로 이뤄져 있어 아날로그적인 감성 자체로 대별될 만큼 ‘움직임-소리-빛’이 시선을 집중시키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의 뇌 원형에는 무한한 이미지들이 상상과 반복의 작용으로 인해 증식되고 또 다른 개체언어를 만들어내는 습관적 논리가 있다. 반면, 현대미술의 세련되고 정확하고 빠른 부분의 시스템과는 어긋난 뭔가 굼뜨는, 어딘가 모르게 촌스러운 ‘고민연구가’로서의 닉네임이 붙을 만하다. 그것이 이 시대가 추구하는 현대적 감성과 엇박자로 흐르는 ‘의외성’이 그의 이면에 내재되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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